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사원이 상사에게 반복적으로 언어적 모욕을 당하고, 병가 후 복귀했더니 오히려 나무람을 받았다는 얘기…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일입니다. 문제는 이런 행동이 ‘업무 지시’라는 명분으로 가려지고, 피해자는 “이 정도는 참아야 하나?” 고민하게 된다는 거죠.
한 신입 사원이 겪은 사례를 소개할게요.
24년 6월 모 단체에 막내 사원으로 입사한 A 씨는 8월에 새로 부임한 실무 총책임자에게 반복적인 언어적 괴롭힘과 성희롱을 당해왔습니다. 병원 진료를 위한 반차 신청 시에는 “알바 마인드로 일할 거면 왜 다니냐”며 강하게 질책받았습니다. 반차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장시간 질책을 받아 병원 예약에 지장을 받았고, 이후에도 “아프면 직장을 왜 다니냐”, “그만둬야 하는 거 아니냐”는 등 병가 복귀 직후에도 업무 능력을 문제 삼으며 압박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뭔 처녀가 허리가 아프냐”는 발언에 대해서 A 씨는 성희롱으로 생각하여 녹음으로 보관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 어디까지가 인정될까?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는 언행으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즉, 상사가 부하직원을 이유 없이 공개적으로 질책하거나, 반복적으로 무시하고, 불합리한 언행을 한다면 그 자체로 괴롭힘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거나, 인격을 무시하는 말이나 태도는 ‘적정 범위’에서 벗어난 것으로 간주됩니다.
또 반차를 사용하려 했지만 질책을 받은 부분이나, “알바 마인드로 다닐 거면 그만두라”는 말 역시 사적 감정이 개입된 부적절한 언행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병가 후 복귀했는데 상사가 부적절한 발언을 한다면?
건강 문제로 입원하고 병가를 쓴 후 복귀한 직원에게 “네가 일을 안 해서 피해를 받았다”, “그렇게 책임감 없으면 그만둬라”라는 발언을 했다면 이는 명백한 괴롭힘일 수 있습니다. 업무 공백에 대한 책임을 병가를 낸 개인에게 돌리는 건 부당할 뿐 아니라, 질병 사유로 근로를 못 한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입니다.
게다가 이 같은 언행이 반복되고, 상사가 의도적으로 피해자에게만 불리한 언행을 취할 경우 정신적 고통을 가중시키는 구조적 괴롭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해당 사례에서는 관련 녹취파일이 확보되어 있는 만큼, 이를 통해 사실관계 입증이 가능하겠죠.
성희롱인가? 농담이라고 해도 기준은 피해자 중심
사례 속 상사는 “처녀가 허리가 왜 아프냐”며 성적인 농담을 던졌습니다. 이처럼 상대방이 불쾌감을 느끼는 성적인 발언은 ‘성희롱’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2018두74702)는 “성희롱 여부는 우리 사회 일반인의 관점이 아닌, 피해자와 유사한 상황에 있는 평균인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라고 보고 있습니다. 즉, 가해자의 의도보다 피해자가 ‘성적 굴욕감’을 느꼈는지가 핵심이라는 거죠.
이 발언이 업무 시간 내, 직장 내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면 더더욱 업무관련성이 성립되며, 성희롱 신고가 가능합니다. 물론 녹취나 메신저 기록 같은 증거가 있다면 훨씬 더 유리한 상황이 되겠죠.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단계별 대응 전략
- 증거 확보: 녹취, 문자, 메일, 메신저 등 가능한 모든 자료를 수집해두세요.
- 내부 조치 요청: 인사팀, 직속상사에게 해당 상황을 정식으로 알리고 분리조치를 요구해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 공식 신고: 고용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온라인 신고센터에 접수하거나, 노동청 방문 상담도 가능합니다.
- 법률지원 요청: 지방노동위원회, 공공노무사 제도, 권익센터 등에서 법률적 조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가 참아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입니다. 내가 불편하고 힘들었다면, 그 감정은 그 자체로 정당한 대응의 이유가 됩니다.
오늘의 사례처럼 애매한 언행과 반복되는 공격성 발언이 있을 때, 그것이 법적으로 어떤 행위인지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은 단순히 '감정싸움'이 아닌 명백한 법 위반일 수 있습니다. 그 기준을 알고, 준비된 대응을 통해 나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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