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터지면 피해자 보호를 위해 회사에서 조사를 진행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소문이 퍼져나가 피해자가 2차 가해를 입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피해자는 당연히 "회사에서 비밀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으니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오늘은 직장 내 괴롭힘 조사 과정에서 소문이 퍼졌을 때, 회사가 왜 법적으로 직접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지 그 이유와 함께, 인사담당자가 실무적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봅니다.
1. 법은 '누설한 사람'에게 책임을 묻습니다.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원칙은 법이 비밀을 '누설한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것입니다.
- 근로기준법 제76조의 3 제7항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조사에 참여한 사람은 알게 된 비밀을 피해자의 동의 없이 누설해서는 안 된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 만약 이를 어길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여기서 핵심은 '누설해서는 안 되는 의무'가 조사에 참여한 사람(조사자, 보고받은 사람 등)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법 조항 어디에도 "회사가 직원들의 비밀 누설을 감독해야 한다"는 의무를 직접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2. 고용노동부의 '엄격 해석' 원칙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법제처 23-0706, 2023. 11. 21.)은 이 점을 더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비밀을 누설하지 않을 의무"와 "다른 사람이 비밀을 누설하지 않도록 감독할 의무"는 서로 다른 의무라고 보았습니다. 즉, 회사는 '조사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본인이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지 않을 의무는 있지만, 다른 조사 참여자가 비밀을 지키는지 감독할 의무는 없다고 해석한 것입니다.
이는 '침익적 행정행위'(국가나 지자체가 국민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의 근거가 되는 법규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의 원칙과도 일치합니다. 법에 명시되지 않은 '감독 의무'를 회사에 부과하는 것은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조사 과정에서 소문이 퍼졌다 하더라도 회사는 비밀유지의무 위반에 따른 법적 책임을 직접적으로 부담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3. 인사담당자가 놓치지 말아야 할 실무 포인트
법적인 책임은 없다고 해도, 소문 확산은 조직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피해자에게 심각한 2차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인사담당자는 법적 책임과는 별개로 다음과 같은 실무적인 조치를 반드시 취해야 합니다.
- 비밀유지 서약서 작성: 조사를 시작하기 전에 모든 조사 참여자(조사관, 증인, 참고인 등)로부터 비밀유지 서약서를 받으세요. 서약서에는 비밀유지 의무와 위반 시 발생하는 불이익(과태료, 징계 등)을 명확히 고지해야 합니다.
- 비밀유지 교육 실시: 단순히 서약서만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조사 전후로 비밀유지의 중요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교육해야 합니다. 왜 비밀유지가 중요한지, 어떤 정보가 비밀에 해당하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 조사 참여자 최소화: 조사 과정에서 비밀이 퍼질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꼭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만 조사에 참여시키세요. 불필요하게 많은 인원이 정보를 알게 되면 유출 위험이 커집니다.
- 피해자와의 지속적인 소통: 조사 과정과 결과를 피해자에게 투명하게 공유하고, 혹시라도 소문이 돌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소문이 확산될 경우, 피해자가 추가적인 심리적 고통을 겪지 않도록 심리 상담 등 지원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결론
직장 내 괴롭힘 조사 과정에서 비밀이 유출되어 소문이 퍼지더라도, 회사가 법적으로 '감독 의무'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닙니다. 법은 비밀을 '누설한 개인'에게 과태료를 부과함으로써 책임을 묻습니다.
하지만 인사담당자는 법적 책임 여부를 떠나, 조직의 건강한 문화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철저한 비밀유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법적인 책임'과 '실무적 책임'을 구분하고, 후자에 집중함으로써 신뢰를 잃지 않는 조직을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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